그런 일화

내면의 수첩 | 2007/09/03 14:41 | 이방인

훈련 기간 때 보초(guard)를 서고 있으며 이런 일화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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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이 보초를 서고 있을 때 그 부대에서 가장 높은 계급의 간부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이병은 목소리를 다해 경례를 하고, 간부는 흡족해 한다. 그리고 간부는 이병에게 경례하는 자세를 다시 가르쳐 주겠다면서 총을 잠시만 자신에게 건네 달라고 한다. 이병은 보초를 설 때는 절대 누구에게도 총을 건네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들먹이며 용감히 그 명령을 거부한다. 간부는 그 모습에 매우 만족해하며 교육을 잘 받았다고, 그에게 포상휴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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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상을 하고 있으면, 나도 혹시,,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카투사가 무슨 포상휴가가 필요있게냐만은, 꼭 휴가가 아니라도 다른 명예로운 상을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미군 장교가 총을 달라고 할 것 같진 않고, 어떤 상황을 가정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이런 저런 가정들을 많이 상상하였다. 가드들의 역할이야 사실 별 게 없긴 하지만, 그래도 웹상에 올리는 것은 항상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기밀 사항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를 예로 들겠다.

가드의 역할 중 하나는 무기를 소지한 사람이 훈련 장소로 들어오기 전에 들고 있는 무기의 안전검사(weapon clearing)를 시키는 것이다. 안전검사는 혹시 약실(chamber)속에 총알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총을 '안전(safe)' 상태로 두는 것이다. 혹시 약실에 총알이 있으면 실내에서 실수로 격발 될 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정상으로는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 안전검사를 하고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가드는 그것을 시킬 권한이 있다. 그런데 사실 말이 그렇지 어떻게 장교(officer)들한테 "Clear the weapon, please"를 말 할 수 있겠는가. 아니 장교뿐만 아니라, 높은 계급의 부사관(NCO)들에게도 그 말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마침 선임중에 한분은 안전검사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Command Sergeant Major(CSM, 한국군에서의 원사급)에게 "Clear the weapon"을 외쳐서, 그냥 지나간 걸 미안해하던 CSM으로부터 상을 받았다는 실제 예를 들었다.

나는 그 일화 속에 나를 집어 넣어 상상을 하였다. 머리에 별을 달은 장군이 지나가고, 나는 그 장군을 세워 안전검사를 시킨다. 장군은 멋적은 듯 미소를 지으며, 안전검사를 한다. 그리고 나에게 'Good job!'이라 말해주며, 이 병사에게 자기를 대표해서 만든 코인을 하나 주라고 말한다. 나는 'Thank you, General'이라 당당한 눈빛으로 말한다.

가드를 서며 이런 상상을 하고 있는데, 잠시 또 삐뚤어진 생각이 들어 그런 병사에게 칭찬이나 상을 주는 간부의 심리를 생각해보았다. 그들은 정말로 쿨해서 칭찬을 하는 것일까. 진짜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심리의 작용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간부가 안전검사를 하고 들어오는 경우를 두 가지로 분리해 보았다. 하나는 원래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고, 평소에 하면서도 정말로 깜빡한 경우. 다른 하나는 안전검사를 해야 함을 알면서도 자신의 높은 계급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그냥 들어온 경우.  

처음 경우는 어떨까. 그는 평소 자신이 계급이 높더라도 지킬 건 지킨다는 자부심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깜빡하고 들어가다 일개 이병에게 안전검사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자기가 높은 계급을 이용해 그냥 들어가려 했다고 이병이 착각하진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자신의 도덕적 자부심은 순간 위기를 맞는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정말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원래 그러려고 했다는 것을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과연 칭찬이나 상을 줬을까. 그랬을 것 같진 않다. 만약 그가 평소에 도덕적 자부심이나 우월감에 젖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는 아마 칭찬을 해줬을 것 같다. 그 경우엔 정말로 시원한 성격의 경우.

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들어온 경우는 어떨까. 그는 이병에게 명령을 들은 것이 여간 괘씸히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자신이 누군데 검사를 하냐며 화를 내는 것과, 병사를 오히려 칭찬함으로써 자신의 관대한 성격을 자랑하고, 병사에게 자긍심과 자신에 대한 공경심을 더 키울 수 있게 하는 방법. 사실 그런 경우 처음부터 테스트 하려는게 목적이 아니었다면 모를까, 상까지 주는 건 과잉반응이다. 상을 주고 칭찬을 하는 것은 자신이 느낀 괘씸함을 감추기 위한, 자기 방어 기제이다.

이런 삐뚤어진 생각을 하고 나니, 위험을 감수해가며 그런 일을 할 마음이 뚝 떨어졌다. 이것도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방어기제인가.

....

실제로 Brigadier General(일성장군)과 CSM이 내가 서있던 곳을 지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안전검사도 하지 않았고, 출입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절차도 밟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나는 경례하기 바빴다. 또 다른 일성장군이 지나갔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안전검사를 하고 알아서 절차를 다 밟고 들어갔다.

내가 일하는 처부(section)의 Sergeant Major(SGM, CSM보다 한 단계 낮은 계급)이 지나갔다. 그에게 출입 절차를 요구했지만, 그는 너는 나를 아는데 왜 그러냐고 화를 냈다.

그 다음부터는 사복을 입은 사람이 아니면 그냥 지나가더라도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냥 알아서 해주길 바랐으며, 그렇게 해주는 사람에겐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나에게 화를 냈던 SGM이 거짓 방어기제라도 썼다면, 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졌을 것이다. 하긴, 나 같은 병사한테까지 일일이 이미지 신경 쓸 필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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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 2009/02/19 19:53

    당신뭔데 군사기밀을 함부로 올려?

    • 잡상인(雜想人) 2009/02/19 22:07

      우선 제가 정말로 민감한 군사기밀을 누설한 것이라면 이 댓글도 비밀글로 쓰셔서 누군지 밝히심과 함께 제 글이 군사기밀인 것을 말해주시고, 삭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그냥 공개 댓글로 다심으로 별 생각없이 읽던 사람도 군사기밀이라는 말에 솔깃하여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가 군사기밀인지를 정확히 짚어주셔야지 제가 삭제 또는 수정을 할 수 있습니다.
      가드의 역할을 설명한 것을 문제 삼으시는 것 같은데, 사실 건물안에 들어가기 전에 weapon clearing을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 군사 상식입니다.

      워낙에 한국군이 군사보안이든 뭐든 규정들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 "군 안에서의 일은 아무것도 발설하지 마라"라는 비현실적인 신조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weapon clearing 등의 미군에서의 기본적인 군사지식은 google에 Army Regulation AR로 검색하거나 Field Manual FM으로 숫자와 함께 검색하면 세계 어디서나 다 뜨는 정보입니다.

      아니 미군 부사관들이 구글로 그런 건 찾아보라고 합니다. 그러니 weapon clearing에 대한 언급이 군사기밀이라는 것은 제 생각엔 지나친 우려이신 것 같습니다.

      가드의 역할에 대한 언급한 것이 문제입니까?
      저는 가드가 weapon clearing을 시킨다는 것을 언급하였고, 어떻게 하면 들어올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민감한 사항이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weapon clearing을 시키는 것이 군사기밀의 누설이라면은 글을 삭제하겠습니다.

      어디가 민감한 부분인지를 말씀해주십시오.

  2. 고상 2009/02/19 22:03

    난 밤에 가드서서 별들을 못봤다는ㅠ

    그땐 신병때라 말도 제대로 못하곤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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