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잡상들, 일기들 ....1....
Posted 2007/11/09 19:37, Filed under: 표주박에 뜨다2005년 여름, 학교에서의 지원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에서 방학 동안 수업을 듣고 왔다. 밴쿠버에 2주 정도 몬트리올에 한 달 정도 있으면서 수첩에 적었던 잡상들이다. 이미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은 제외했다.
1.
인천공항. 사람들은 저마다의 짐을 메고 끌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는다. 자기 몸보다 큰 짐을 끙끙대면 가는 사람, 가벼워보이는 가방 하나 달랑 메고 가는 사람, 드는 방법이 잘못돼 힘들어 보이는 사람, 그 반대인 사람, 모두가 자신만의 짐을 지고 걸어간다. 언제, 어디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위해.
2005. 6. 28 한국 인천공항
2.
기억을 사진으로 현상해주는 사업 구상. 정맥을 따라 흐르는 피처럼 도로를 달려가는 차들. 세상은 사진에 찍히기 위해 자연스러웠던가?
3.
우리 모두는 예외없이 목숨을 걸고 태어났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
4.
흑연분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며 의미를 만든다. 한 편의 시로, 한 장의 편지로, 하루의 일기로. 인력에 묶여버린 흑연 분자들을 차례대로 바라보며 아직 심을 떠나지 못한 분자의 새자리를 찾는다. 고무분자와 함께 가루가 되버릴까 언제나 두려운 그들.
5.
행복한가하고 묻고 싶다. 누군가의 이미지, 뚜렷하지 못해 사진으로 인상하고 싶어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니 나를 가리고 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
무언가를 하려면 진하게 해야 한다. 끈질기게 앉아 글을 쓰고, 끈질기게 앉아 책을 읽고, 끈질기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내 마음이 언제 고요을 찾을진 모른다. 지금의 상황과 어떻게 달라질까. 내 상념들을 살 사람은 없다. 누군가의 손에 들려졌다 다시 놓아 내려질 상념들.
무작위한 생각들을 어중간한 질서로 늘어놓이며 또 다시 후회를 두려워한다.
실패가 두려운게 아니라 후회가 두려워 놓쳐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2005. 7. 8.
6.
돌이킬 수 없는 것과 돌아볼 수 없는 것은 다르다. 너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이지만, 난 돌아볼 수 없는 일을 겪었다. 너무 두려워 돌아볼 수 없다.
7.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은 나의 기질적인 결함에서 문제가 시작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환경과 조건은 확률적이고 공평하게 주어진다. 물론 편차야 있지만 조건은 공평하다. 내가 일궈가는 일들은 나에게 달려있고, 설사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한단계 더 내려가 생각해보거나 한층 더 위로 올라가 내려다보면 결국 나의 잘못임을 알 수 있다. 문제가 아닌 기쁜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질, 그것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의지라는 것이 있다면(그것은 분명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의 생각대로 바꿀 수 없을지라도, 그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8.
고개를 기울여 세상을 비뚤하게 보며 생각하건데, 세상이 바로 서 있을 것이라는 너무나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고정관념이, 비뚤어진 시야조차 바르게 보려하며, 그러면서 그것은 비뚤어져 있는 것이라는 착각을 준다. 세상이 뒤집어져도 나는 한달만에 적응할 수 있고, 거기에 어떤 올바른 진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통계적으로 우세하다고 해서 반드시 진화의 산물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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