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라는 스포츠는 따져보면 볼수록 복잡하고 오묘한 스포츠다.
기본 규칙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규칙들이 여기까지 발전해온 과정을 추측하다 보면 평범한 스포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축구, 농구는 쉽게 스포츠로 발전했을 것이라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돌을 발로 차거나 물건을 바구니에 던져서 넣거나 하면서 스포츠로 쉽게 발전했을 것이다. 그렇게 발로 차고 던지며 놀다가 골대를 지정하여 점수를 매기면서 점차 발전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다가 무언가를 던지고 그것을 치고, 베이스를 밟고 한 바퀴를 돌면 점수를 내는 것을 생각해냈을까. 축구와 농구는 야구보다 훨씬 규칙이 간단하고 예외도 적다. 축구, 농구는 공을 골대에 넣으면 되는 경기이고, 그 과정에서 부상 방지와 재미 가미를 위해 규칙을 하나씩 더하고 제약을 가했을 것이다. 그런데 야구는 가장 기본적인 치고 달려서 한 바퀴를 돌아 점수를 낸다는 것 자체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예외사항이나 규칙의 빈틈이 많이 발견되고, 이 점을 수정하느라 정말 특이한 규칙도 야구에서는 많다.
그래서 세 스포츠 중 가장 간단한 축구 같은 경우는 오프사이드 정도 말고는 축구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경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지만, 야구는 끊임없이 옆 사람에게 저건 왜 저런지 질문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야구 규칙을 설명하라면 간단하게 '타자는 투수가 던진 공을 치고, 공중볼로 잡히지 않거나 수비가 던진 공보다 먼저 베이스에 들어오면 살며 그렇게 1,2,3루를 돌아 홈으로 돌아오면 점수가 난다.'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왜 플라이로 아웃이 됐는데 3루 주자가 뛰어서 들어오는지, 왜 어떤 경우는 태그를 하고 태그를 안 하는지, 왜 타자가 치지도 않았는데 1루 주자가 2루로 뛰는지, 왜 병살로 쓰리아웃이 되기 전에 3루 주자가 먼저 홈을 밟았는데 점수로 인정이 안 되는지 처음 보는 사람에겐 일관적이지 못한 규칙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야구는 규칙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야구를 계속 보다 보면 그것들이 왜 필요한지, 왜 재미를 더하는지를 알게 된다.
야구는 9명이 하는 경기다. 지명타자까지 치면 10명이지만 기본적으로 9명이다.
그 9명이 서 있는 각각의 수비 위치도 그냥 예사로 넘어갈 게 아니다. 처음 야구를 보는 사람들은 왜 2루수가 2루에 붙어 있지 않고, 유격수랑 대칭되게 서 있는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대칭적인 유격수와 2루수 중 왜 하나만 2루수라고 부르는지도 혼란스럽다. 야구가 언제부터 9명으로 경기를 했는지는 모른다. 안타가 너무 많이 나고, 적게 나고에 따라서 선수 숫자를 조정했겠지만, 중요한 건 수비가 서 있는 각 자리가 가장 최적화된 자리라는 것이다. 처음 야구를 볼 때는 왜 안타가 나는 자리에 처음부터 서 있으면 안타를 막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보통은 배트에 공이 빗맞으면 아웃이 되고, 잘 맞으면 안타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면 처음부터 공이 잘 맞을 때의 자리에 서 있으면 현재의 안타가 나는 타구를 아웃처리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실제 경기에서는 잘 맞는 경우보다 빗맞는 경우가 훨씬 많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지금 수비가 서는 자리로 가장 공이 많이 온다는 것을 알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안타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안다.
공이 많이 오는 자리에 자연스레 섰을 뿐인데 그로 인해 잘 맞춘 타구가 안타가 많이 된다.
그리고 또 오묘한 것이 안타가 나는 자리(주로 땅볼로 내야를 통과해 외야로 가거나, 외야수 앞에 떨어질 때)로 공를 치면 아무리 발이 느린 사람도 진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쯤 타자가 발이 느리고 타구가 빠르면 안타가 나더라도 1루에서 아웃 될 뻔도 한데, 아직 안타를 치고 1루에서 아웃이 되는 건 본 적이 없다.(메이저리그 역사 중 그런 경우가 있을만하기도 하지만 그 확률은 지극히 낮다.)
최적화된 수비 자리를 피해서 공이 떨어진다면 99.99%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오묘하지 않은가. 그렇게 되도록 베이스 사이의 거리를 조정했을 수도 있다. 안타가 나도 살지 못하면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야구는 각종 기록이 많다. 축구는 골과 어시스트, 경기 출전 수 만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야구는 별의별 기록이 다 있다. 타자만 해도 타율, 장타율, 출루율, OPS(장타율+출루율), 도루, 홈런 등등이 있다. 그리고 타율 하나만도 시즌 전체 타율, 경기를 하는 팀과의 타율, 대결하는 투수와의 타율, 심지어 주자가 1,2루일 때의 타율까지도 세세하게 기록되고, 중계된다. 9회 말 원아웃 주자가 3루에 있고, 점수는 한점 뒤지고 있고, 상대편 투수는 누구이다. 이 상황에서 시즌 전체 기록이 좋지만 그 투수에게는 약한 타자를 그대로 쓸 것인가, 그 투수와의 대결에서 타율은 높지만 득점권 타율은 낮은 사람을 쓸 것인가, 아니면 타율은 낮지만 장타율이 높은 사람을 쓸 것인가 감독은 머리를 굴려야 한다. 기록이 많으니 고려해야 할 것도 많다. 그렇다고 통계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니 더욱 재미난다.
야구는 진입장벽이 높은 스포츠이다. 축구, 농구는 처음 하는 사람도 서투르게 할 수 있다. 잘 못하는 사람끼리 붙어도 승부를 가를 수 있다. 그런데 야구는 초보끼리 모여서 하면 게임 자체가 되지 않는다. 우선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기가 힘들기 때문에 태반이 베이스 온 볼스로 나갈 것이고, 타자가 아웃 코스로 공을 치더라도 수비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에러가 나고 또 에러가 나면 아웃카운트 하나 잡기가 힘들다. 2루타 정도의 타구로는 홈까지 들어올 수도 있다. 게다가 야구는 시간제가 아니라서 한 회가 끝도 없이 진행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되고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야구를 할 수 없다. 야구는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하기도 쉽지 않은 스포츠이다.
이렇게 오묘하고 복잡한 스포츠 야구는 규칙과 여러 기록을 읽을 줄 알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나는 야구 매니아도 아니고, 초등학교 때와 요즘에 많이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야구에 대해서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아있다. 야구를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복잡 오묘한 스포츠에 대해 밤새도록 늘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지만
요즘에 야구가 재밌는 진짜 이유는
내가 롯데 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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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가 하나 될 때 느끼는 감동은 롯데야구의 핵심이고,
힘들여 잡은 공을 누군가의 자식에게 뺏기는 사람은 파시즘의 희생양이구나.
야구는 경기 기록만 봐도 재밌는거 같아.
사무실에서 간혹 일이 없을땐 여기서 지난경기 기록을 보는것도 꽤 시간이 잘가더라구
http://www.inning.co.kr
http://www.istats.co.kr-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ㅋ
그래서 저도 '아주라'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파울볼을 받고 싶은 마음을 없게 만듭니다. ㅋ
그래도 야구장에서는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어서 좋습니다. ㅎ
사이트링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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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아 축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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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닝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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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이 스포츠가 근대 제국주의에 맞는 인간성을 함양하기 위해 대중화되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뭐 딴 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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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박노자씨 책에서 읽은 것 같다.
그래도 스포츠라는 것이 금방 없어질 것 같진 않은데, 우리는 계속 제국주의에 맞는 인간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건가. -
세뇌라는 단어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믿게 만드는 것이지 않나.
'타자성'은 주입된 개념이라기 보다는 인간이 과거 필요에 의해 타자성을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짜여진 것이 아닐까. '타자성'의 폭력성과 현대사회에서의 해악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만, 학습에 의해 어느정도 타자성을 배우지 '못하게'할 수 있느냐 혹은 거의 느낄 수 없게 하느냐 그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 한계에 다다르려고 노력해야 할것인데..
그럼 스포츠 게임은 결국 없어져야 하는 거야?
아니면 없앨 수 있기나 한 걸까?
어디까지 학습된 '타자성'의 평균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해? -
명백한 적을 설정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규칙 하에 쟁취하는 승리. 타자성을 머리 속에 세뇌시키기 위한 가장 절묘한 방법 중 하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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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치 스포츠 전문기자가 쓴 글 같이
명쾌하고 읽기 좋은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같은 야구 문외한이 보기에도
이해가 쏙 되는 문장들..
역시 구도 부산사람이시라는것이
새삼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주라 문화의 확산은 두렵(?)습니다.
하지만 부산 사직에서의 아주라 문화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제가 주로 잠실구장에 가기때문인것 같습니다.
역시 서울사람은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수고하십시오.-
글 중에 '야구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널 생각하면서 쓴 것도 있는데, 야구 문외한이라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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