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스팸뮤직에 썼던 글을 수정한 것이다. 존대어을 평어로 바꾸고, 이해하지 못할 부대 얘기는 지우고, 음악에 관한 설명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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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빌려서 의정부로 출장을 가는 길이었다. 운전기사님과 단 둘이 담소를 나누며 가다가 입이 지친 상태로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눈 앞의 추월선이 지퍼가 벌어지듯 하나씩 지나갔다.

그날따라 유난히 안개가 많이 꼈다. 처음엔 공단에서 나오는 매연이 앞을 가리는 줄 알았지만 시야 앞 전체를 다 덮고 있던 것은 안개였다. 멀어야 200m 정도의 시야만 보이고, 그 앞은 희뿌여서 볼 수가 없었다. 저 안개 속에 들어가면 방향을 잃고 사고가 날 것 같았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아무것도 안 보여서 기사님이 감으로만 운전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다. 나는 운전면허가 없고 당연히 안개 속을 운전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느낌인지 모른다. 유리컵에 담긴 우유 속처럼 희뿌연 안개에 둘러싸일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그 안개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똑같이 200m 전방까지는 보였다. 아니 안개가 있다는걸 인지했을 때부터 안개 속이었는지도 모른다. 200m 전방으로 전진하면 그 사이에 있는 안개는 이미 지나쳐 버리고, 다시 남은 안개로 200m 시야가 확보된다. 어쩌면 당연히 예상되는 걸 나는 몰랐다. 안개가 겹겹히 쌓여 있기에 불투명할 뿐이지, 어디에 있으나 일정거리의 시야는 확보가 된다는 걸 몰랐다.

이어서 든 생각이, 우리의 커리어, 미래도 안개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 되는지 깜깜하지 않은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지, 교수들처럼 술술 이야기를 풀어낼지, 얼마나 더 연습해야지 외국어로 프리토킹을 할지, 얼마나 더 시험을 쳐야지 직장을 얻을 수 있을지 안개 속 같다. 나 또한 얼마나 더 책을 읽고 수학 문제를 풀어야지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하며 '전문가'라는 이름을 들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 그런데 그렇더라도 항상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가. 그것이 근시안적일지라도 일단 거기까지 가게 되면 또 거기서부터 시야가 보이지 않을까.

만약 눈 앞의 안개에 겁이 질려 발을 못 떼고 안개가 사라지길 기다린다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워낙에 겹겹히 쌓여 있어서 엄두가 안 나는 거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있음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나도 겁에 질리고 무력해져서 손을 놓고 있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게으르고 귀찮아서 그런거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이 희뿌연 안개 뒤에 가려져 있어 무력해지는 것이라면 그 무력감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누구나 다 눈 앞에 안개를 두고 있고, 어느 안개나 시야는 어느정도 확보될 수 있으며, 전진한 만큼 시야도 깊어진다는 사실을 앞으로는 인지할 생각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안개 속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안개 속을 한참 걸어왔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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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9 15:43 2008/11/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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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08/11/14 01:25 Delete Reply

    그리운 스팸뮤직ㅅ

    1. Re: # 잡상인(雜想人) 2008/11/15 10:42 Delete

      ㅋㅋ 애청자 한분이 제대했네 ㅠㅠ

  2. # 수영 2008/11/20 12:52 Delete Reply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메일을 누가 소통의 수단으로 쓰긴 하냔 말이지. 있기야 있지만 아무튼 좀 드물다 이거지.

    예전에 메일그룹이라는 시스템이 있던 시절이 있는데. 관심분야 메일그룹을 찾아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런게 그립다. 일단 블로그와 이메일의 이질적인 차이는 이메일은 어떤 편지든 간에 '수신자'가 하나든 다수든 명확히 있는 점에서 비롯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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