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크로키 (1)

A4 이면지 | 2010/01/20 16:15 | 이방인
1. '무죄, 무죄, 무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검찰이 신나서 기소했던 몇몇의 사건들이 연일 무죄로 판결내려졌다. 헌법재판소에서 상식과 엇갈리는 정도가 아니라 기초 논리에도 입각하지 못한 판결들이 나왔을 때("관습헌법", "위법은 했지만 유효하다") 법을 따르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자꾸 나오자 갑자기 들고 일어서기 시작한다. 가장 촌스러운 부분은 판사 실명까지 들먹이며 인신재판을 하는 것이다. 의아할 정도로 소신있는 판결이 계속 나오는 게 신기하긴 하다. 논란에 불을 피운 것은 강기갑 의원 건임은 확실해 보인다. 재판 보도가 나올 때마다 계속해서 강달프의 공중부양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내면서(어머 선정적이야..), 전후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당연히 재판결과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전후 사실을 알더라도 강기갑의 과격함을 싫어하던 사람, 혹은 민주노동당의 존재의 딜레마를 생각하던 사람은 차라리 유죄판결이 났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인데, 그 사건의 무죄 판결로 인해 다른 나머지 사건들조차 공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사람들이 봤을 때 다른 사건들은 무죄판결이 나도 특별히 반발심이 생기지 않는 사건이지만, 강기갑 사건은 선정적인 화면 때문에,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법감정이라는 것이 무죄 판결과 대치되기 때문이다(전체를 다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법이 그런 법감정을 따라서는 안 된다. 재판 결과가 연이어 나온 우연이 불행일 뿐이다. TV를 통해 보이는 게 이정도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해질 압력이 장난 아닐 것이고, 2심 3심에서 지금 무죄가 나온 판결이 모두 뒤집어질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2. '아바타' 고리타분한 생태인식

아바타는 문화지체현상의 대표격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래픽 기술은 첨단이지만, 컨텐츠는 미국에서 40년 전에 유행한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자연사랑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다. 아직도 생태에 대한 시각은 신비주의적이고, 원시적이라는 것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생명체들을 묘사함에 있어서는 그리도 다양한 혼합을 가했으면서, 어찌 외계 원주민들에 대해서는 누가봐도 아메리칸 원주민이라고 알 정도로 획일적으로 그렸는지는 의문이다. 타이타닉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타이타닉에 비해서 그래픽 기술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떨어진다. 매트릭스와 에반게리온에서 컨셉의 힌트를 얻고, 아메리칸 원주민에 대한 신비주의적 숭상을 그 위에 덧입혀, 생태 사기를 펼치고 있다. 생태에 대한 신비주의적인 접근은 절박한 생태인식을 오히려 방해한다. 자연에 감정이입을 하고 자연의 파괴를 자신의 상처처럼 느끼는 것은 그것을 느낄 수 없는, 혹은 느끼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떤 설득도 공감도 제공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은 감각에 민감하다. 지구가 파괴되는 자극적인 장면에는 분노를 느낄지 모르지만, 일상으로 돌아와 그런 것을 느낄 수 조차 없는 정돈된 도시에서는 까먹고 만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동정에 호소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고통의 자극을 주기 마련이다. 슬픈 장면을 보고, 파괴되는 장면을 보지 않으면 동정심은 유지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생태는 신비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골치아픈 수학의 학문이고, 원시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비가역적인 현실에서 반드시 포기해야 할 것을 선택해야 하는 절박함이 담긴 문제이다. 그런데 아바타는 갑자기 40년 전, 밑도 끝도 없는 자연신비주의로 돌아간다.



3. 정몽준
 
정몽준이 월드컵 4강에 삘 받아 2002년 대선에 나왔을 때,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정말 횡설수설 자기 생각도 정립되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질문이 뭔지도 모르고, 자기가 뭘 말하는지도 모르는 느낌. 저런 사람이 대통령 되었다가는 정말 난리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나라당의 당수이지만, 그는 여전히 (미안하지만) 호구처럼 보인다. 그가 오래 당수 자리에 있으면 있을수록 야당 측에는 유리한데, 사람으로서의 매력도 없고, 정치력은 더더욱 없고, 그러니 당을 통합하는 재량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가 한나라당에 계속 있는 것이 한국사회에 득이 될까 그렇지 않을까는 더 있어봐야 알 것 같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좀 불쌍해 보이는 것은 사실. 그가 그냥 피파 회장이나 한번 해먹으려고 한다면 지지해줄 생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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