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인이 되기 전에는 나빠지지 않던 시력이 그 이후로 계속 나빠졌다. 조금씩 떨어지고는 있었지만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히 나빠진 듯하다. 작년 7월에 맞췄던 안경을 올해 3월에 다시 맞췄어야 했는데, 안경점 직원이 시력을 검사해보더니 깜짝 놀라며 굉장히 오래전에 바꾸고 안 바꾼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굳이 대꾸 안 하고 그냥 그렇다고 말하고 넘어갔다. 그 전에는 안경을 끼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어서 수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를 제외하고는 안경을 끼지 않았다. 그런데 3월에 복학하니 칠판 글씨가 안 보이더라.
그 사이에 그렇게 급격하게 나빠질 이유는 컴퓨터를 오래 붙잡고 있어야 할 일이 많아서인 듯하다. 개 중에는 피파온라인 게임도 있다. 사양이 떨어지는 집컴이라 화면이 끊겨 10분만 보고 있어도 눈이 아팠다. 그럼에도 매일 꾸준히 했으니 이 지경이 된 것 같다. 그 동안 나름 잘 관리해오던 시력이 이렇게 허무하게 나빠지니 안타까운데, 그 이유가 공부도 아니고 게임일 가능성이 높다니 스스로가 한심스럽다.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눈이 나빠지는 이유는 가까운 곳만 계속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먼 곳을 계속 봐주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가까운 곳만 봐서 근시가 생기는 것은 상식이지만, 먼 곳을 오래 봐주면 좋아질 수도 있다는 건 그동안 믿지 않았었다. 엄마는 종종 컴퓨터를 하고 밖에 나오는 나에게 컴퓨터를 하고 나면 먼 곳을 바라보라고 하셨는데, 나는 왜 그 말을 믿지 않았을까. 좋아질 가능성은 지금 생각해도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급격히 나빠지진 않았을 것 같다. 더 나빠지는 건 묵도할 수 없다.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먼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로 했다. 특히 컴퓨터나 책을 본 이후에는.
2.
복학을 했음에도, 숙제, 리포트를 쓰다보면 일주일이 그냥 지나가 버린다. 다른 걸 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해도 심적 여유가 없다. 이런 식으로 대학생활 3년이 흘렀을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휴학을 했었다. (정확히 말하면 할려고 했었다. 사실은 군대를 갔지만.) 복학해도 아무 것도 달라진 건 없고, 눈 앞의 과제에만 쫓기다가 반학기가 지나가버렸다. 마치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일당치기 생활처럼 다른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복학하면 다를 줄 알았는데 비효율적인 시간관리는 여전하다. 꾸준히 해야 하는 운동과 독서는 우선순위에서 제일 뒤에 밀려있다. 게다가 학년이 학년인지라 더 앞 일을 알아보고 준비해야 하지만 도대체 언제?. 이 숙제만 끝내고? 이 리포트만 끝내고?. 끝나면 그 동안의 긴장을 풀기 위해 놀게 된다. 안 놀고 장기적인 계획의 일을 하면 되지 않냐고?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어쩌면 내 시력처럼 근시가 되버린 것인 줄도 모른다. 가까운 곳만 보다가 먼 곳은 잘 안 보이게 된..
부족하더라도 먼 미래를 대비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일주일 안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 틈틈히 장기적으로 꾸준히 해야 할 일들을 하고 3개월 앞, 1년 앞을 내다보는 시간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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