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는 사람들은 흔히 술을 마시면 담배가 땡긴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과 비슷하게, 나는 특정한 음악을 들을 때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음악이 내 머리속에 어딘가를 건드리면, 글이 쓰고 싶어 간질간질해진다. 모든 음악이 다 그런 건 아니다. 대부분 조용하고, 가라앉는 분위기의 곡들이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안 써진다. 쓸 주제가 없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글이 쓸 일이 있을 때, 쓰기 전에 음악을 들으면 몸에서 전율이 일면서, 글을 훨씬 수월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든다.
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곡들을 몇 개 뽑으면 다음과 같다.
Steve Raiman 의 'SongBird' (피아노 곡)
이병우 의 '이젠 안녕' (기타 곡)
루시드폴 의 '나의 하류를 지나', '그건 사랑이었지' 외 다수
윤종신 의 '희열이가 준 선물' (피아노 곡)
Beatles 의 'The Long and Winding Road'
Depapepe 의 'Wedding Bell' 등이다.
그런데 이 중 한국말 가사가 들어가는 곡은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지피지만, 실제로는 쓸 수 없게 하는 곡이다. (따지고 보니 적기는 루시드폴밖에 안 적었다.)
이 곡들은 가사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그 가사를 되읊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다행히도 외국 노래는 가사를 들어도 멜로디만 들어오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위 곡들은 대부분 조용하고 조금은 암울하며, 가만히 젖어들게 만드는 곡들이다. ('Songbird'같은 경우는 분위기는 밝지만, 가끔 눈물이 고이게 한다. 암울한 슬픔이 아닌 너무나 행복해서 느끼는 슬픔이랄까, 그런게 느껴진다.)
위 곡들을 들으며 논리적이거나 설명적인 글을 쓰진 않는다. 다분히 감정적이고, 음악과 분위기가 비슷한 글을 쓴다.
몇몇곡은 그런 글과의 결합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확실하다. 그 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글 하나를 오랜 시간 쓴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 결합되었던 기억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글이 나오는 침샘을 자극한다.
그런데 몇몇곡은 그런 경험이 없다. 다만 연기자들이 감정 몰입하듯이, 나를 피질 안쪽 어딘가로 깊숙히 밀어 넣어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어떤 곡들은 포개진 이불에 누워 마냥 듣고 싶게 만들고, 어떤 곡들은 키보드에 손이 올라가게 만드는지 알 수 없다. 어찌 됐든 이제는 음악이 없으면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술과 담배는 함께 하면 더욱 더 해롭다고 한다.
음악과 글은 어떨까.

Comments List
희열이가 준 선물 그거 옛날 한창 삐삐시대일 때 아는 사람한테 남겨드렸던 기억이 ㅋㅋ
나 그것좀 보내죠~!
메일로 보내놨다~